작성일 : 10-09-30 09:39
<중앙SUNDAY> 허블 망원경의 실패에서 본 ‘상생 마인드’
 글쓴이 : 더코칭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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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망원경의 실패에서 본 ‘상생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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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이 경제 분야의 화두가 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대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호전된 반면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다짐을 받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 망원경 발사와 관련된 일화가 떠올랐다 (우주 빅뱅 이론을 처음 주장한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붙인 이 망원경은 우주를 관찰하는 일종의 인공위성으로 지금도 지구 궤도를 돌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990년 4월 24일, 19년의 제작 기간과 17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 허블 망원경이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려졌다. 무게 12.2t, 주 거울 지름 2.4m, 총 길이가 약 13m인 이 반사 망원경은 지구 상공 610㎞ 고도의 궤도를 약 97분에 한 번씩 돌면서 천체 관측을 수행하고, 우주의 생생한 영상들을 지구에 보내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 망원경이 궤도 안착 이후 처음 보내온 사진들은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왜곡된 사진들뿐이었다.

사진 분석 결과 발견된 사실은 허블 망원경의 주 거울의 경면이 원래 설계도와 다르게 잘못 제작됐다는 것이었다. 지극히 미세한 오차였으나 이로 인해 영상의 초점이 제대로 맺히지 못하는 문제점이 야기되었고, 그래서 원래 목표했던 중요한 관측 과제들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80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될 만큼 NASA의 기술 역량이 집약됐던 이 프로젝트가 어이없는 오류 때문에 실패하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 결함점검위원회가 구성됐다. 의회도 나서서 이 사업의 전반적인 진행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의회에 제출된 최종 보고서에서 드러난 내용은 놀라웠다. 17억 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의 실패를 불러온 반사경 제작의 오류가 NASA와 제작업체 간의 잘못된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었다. 즉 NASA가 평소에 협력업체를 너무 혹독하게 관리해 서로 소통과 신뢰가 부족했다. 협력업체는 문제 발생 또는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적당히 넘어갈 수만 있으면 숨겨 오곤 했다. 이는 반사경 제작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품을 만들고 난 후 반사경의 굴곡을 측정하는 장비가 몇mm 잘못 설치돼 반사경의 굴곡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NASA에 이를 알리지 않았고, 결국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오류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NASA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부족, 빡빡한 일정과 예산 초과로 인한 프로젝트 담당자들의 스트레스가 커져 서둘러 사업을 완성하려 했던 원인도 지적됐다. 그러나 양측 간에 긴밀한 신뢰 관계, 더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는 상생의 관계만 있었다면 결코 발생할 수 없는 사고였던 것이다.

만약 NASA가 하청업체들을 압박하거나 몰아치지 않고 존중해 왔었다면 어땠을까?
제조 과정에서 처음 보조적인 측정 수단에 의해 반사경의 굴곡을 측정하는 장비가 몇 mm 잘못 설치됐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아니면 일부 직원들이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을 때 그런 사실이 무시되지 않고 즉각 보고됐을 것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렸겠지만 더 완벽한 반사경이 제작됐을 것이고,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새로 우주왕복선을 쏘아 올려 보정 광학기를 다는 등 몇 년 동안 쏟아 부어야 했던 수억 달러의 추가 비용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NASA의 허블 망원경 프로젝트 실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잘못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의식이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만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것은 높은 의식에서 나오는 태도가 아니다. 높은 의식이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국가 기관과 기업, 기업-개인, 개인-개인 등 서로 관련을 맺고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다. 상대의 생존은 바로 나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내가 잘 나가고 있을 때 상대도 잘 나가 주어야 내가 더 큰 성장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상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이며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지켜 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